헌재, “자사고 신입생 동시선발은 합헌,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
헌재, “자사고 신입생 동시선발은 합헌,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
  • 백두산 기자
  • 승인 2019.04.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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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권’ 인정…정부 교육정책에 제동
재지정평가에 따라 자사고 존속 여부 갈릴 예정
(사진: 헌법재판소)
(사진: 헌법재판소)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 동시선발은 합헌,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자사고의 운명은 이제 재지정평가(운영성과 평가)에 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헌재는 11일 민사고 등 자사고 3곳과 학부모 등이 제기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관련 헌법소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헌재는 자율형 사립고와 일반고를 동시에 선발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에 대해선 ‘합헌’, 자율형 사립고 지원자에게 일반고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는 제81조 제5항에 대해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은 사실상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헌재는 중복지원금지 조항은 학생 및 학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이미 지난해 6월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으로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는 조항으로, 이번 결정을 통해 해당 조항은 위헌 판단이 났다.

반면, 자사고를 후기학교로 정한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 4명이 합헌, 5명이 위헌 의견을 내 위헌 의견이 다수였으나 헌법소원 인용결정을 위한 정족수 6명에는 미달해 합헌 판단이 내려졌다.

다만 현재도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이 허용되고 있어 학생 입장에서는 헌재의 결정으로 바뀌는 점은 없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통상 9~12월 초 진행되는 자사고의 입학전형(전기선발)을 12월초~2월에 실시되는 일반고의 일정(후기선발)과 맞추도록 한 바 있다. 당시 자사고에 지원할 경우 동시에 일반고에는 지원하지 못하도록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조항도 추가됐는데, 이는 학생 선발권을 가진 자사고가 전기선발과 이중지원 등을 통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쓸어담는 탓에 고교서열화 문제 등 공교육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민사고 등은 이에 반발해, 해당 시행령 조항이 사립학교의 운영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등을 제한한다며 지난해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사실상 헌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자사고 후기선발에 대해서는 정부 손을, 이중지원 금지에 대해서는 자사고와 일부 학부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의 결정대로라면 자사고는 전기선발을 통해 우수학생 선점은 할 수 없지만, 일반고와 동시 진행하는 후기선발에서 이중지원을 통해 우수학생 확보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지정책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자사고 폐지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수립, 추진 중이다. 자사고로 인해 학교 서열화를 촉발해 취지와 다르게 변질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명문고가 된 자사고들을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자사고들의 우선선발 금지는 정부의 3단계 로드맵 중 1단계로, 자사고의 학생 선발시기를 12월로 늦춰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2단계는 자사고 평가기준을 강화, 점수가 미달 되는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것이며, 3단계는 고교체제를 개편해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기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11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정사회를위한모임 회원들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공정사회를위한모임 제공)
11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정사회를위한모임 회원들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공정사회를위한모임 제공)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급진적인 정책추진에 제동을 건 것으로서 높이 평가하며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결정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헌재의 이번 최종 결정을 존중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에 대한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시·도교육청과 고입 동시 실시가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결정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는 자사고 재지정평가(운영성과 평가)에 따라 몇몇 자사고들은 자사고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자체 모의평가를 벌인 결과 올해 평가대상 학교 13곳 모두 자사고에서 탈락하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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